스스로 포인트가 되어라

2026.08.16
결과를 통제하려는 대신, 내면의 집중과 존재 자체가 포인트가 되는 그것

나도 테니스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살면서 처음으로 푹 빠진 취미여서 그런지. 최근 5년간 내 시간의 많은 부분을 써서 그런지. 한편으로는 테니스 관련한 책이라면 최대한 읽어 보는 편이다. 테니스 전술이 쓰인 일본식 책부터, 빌 게이츠의 인생책으로 알려진 테니스 이너 게임까지.

글쓴이와 내가 테니스에 느끼는 무언가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공을 끝까지 보라” 같은 테니스인이라면 여러번 들었을 이야기들도 곱씹었다. 나는 “공을 끝까지 보라”가 단순히 기술적으로 공의 타점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단순 기술이 아니라 집중력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졌다.

나는 테니스를 함께 공을 넘기며 즐거워하는 운동 정도로 생각해왔는데, 최근 여러가지 이유로 단식을 많이 치게되면서 (그리고 지면서) 승부욕이 생겼다. 승리하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상대가 아닌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상대방을 어떻게 공략할지에 대한 생각이 너무 앞서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휘말리게 된다. 나의 페이스를 잃는다. 자기 공을 치면서 끈질기게 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몸소 느끼고 있었다.

테니스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 다큐 <브레이크 포인트> 시즌2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직전 대회 우승자인 노박 조코비치와의 경기를 앞두고 긴장한 홀게르 루네에게 아네케 루네는 말한다.

“노박은 뭘 잘하지? 노박은 포인트를 따려고 하지 않아. 라파(라파엘 나달)도 그렇지. 노박은 자기 자신이 포인트야. 포인트를 따려고 경기하는 선수가 있고 자기 자신이 포인트인 선수가 있어. 라파와 노박이 몰입하듯이 말이야(In flow).”

아네케는 홀게르의 어머니이자 매니저다. 스스로 포인트가 되라는 조언은 효과가 있었다.

(아무튼 테니스, 109p)

스스로 포인트가 된다. 결과를 통제하려는 대신, 내면의 집중과 존재 자체가 포인트가 되는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