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는 임대료를 올린다

2026.08.16
크리스 딕슨, 『읽고 쓰고 소유하다』를 읽고

유튜브와 스포티파이의 초반에는 컨텐츠와 유저를 모으기 위해 혜택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플랫폼에 갇히고 나면 태도가 바뀐다. 크리스 딕슨은 『읽고 쓰고 소유하다』에서 이 흐름을 ‘유인-착취(Attract-Extract)‘라 부른다.젠트리피케이션과 똑같다. 예술가들이 싼 임대료를 찾아 동네에 들어와 거리를 살린다. 동네가 뜨면 지주는 임대료를 올린다. 동네를 만든 사람들이 쫓겨난다. 숫자는 냉정하다. 스포티파이에는 아티스트가 800만 명이다. 연 5만 달러 이상 버는 사람은 8,000명, 0.1%다. 수수료는 메타와 틱톡이 100%, 유튜브가 55%, 블록체인 마켓플레이스 오픈씨는 2.5%다.

딕슨은 인터넷의 역사를 세 단계로 나눈다. 1990년부터 2005년, Read. HTTP로 정보를 읽기만 했다. 2006년부터 2020년, Write. SNS로 쓰고 나눴지만 권력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쏠렸다. 지금은 Own. 블록체인으로 지분을 사용자가 직접 갖는 미래를 꿈꾼다. 블록체인이 기업 네트워크를 이길 수 있는 이유는 결합성(Composability)이다. 누가 짠 코드든 레고 블록처럼 가져다 붙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결합성은 금융의 복리와 같다.”

바닥부터 다시 짤 필요가 없다. 검증된 코드 위에 쌓기만 하면 된다. 구글의 옛 모토는 “사악해지지 말자”였다. 경영진의 선의에 기대는 약속이다. 딕슨은 다르게 말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본질은 사악해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사악해지지 않겠다가 아니라.” 코드에 규칙을 새기면 누구도 바꿀 수 없다. AI가 콘텐츠를 학습만 하고 트래픽은 돌려주지 않는 시대다. 창작자에게 남은 방패는 이것뿐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당위는 동작하게 될까.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수익이 아닌 재미를 위해 남기기도 하는데. 스포티파이의 0.1%라는 숫자는 착취의 증거이지만, 뒤집으면 보상 없이도 만드는 사람이 800만 명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딕슨의 자리도 기억해야 한다. 그는 a16z의 크립토 펀드를 이끄는 투자자다. 크립토 펀드로만 76억 달러를 모았다. 블록체인이 이겨야 돈을 버는 사람이 쓴 책이다. 진단은 날카롭지만, 처방은 그의 포트폴리오와 겹친다.

소유가 다시 쏠릴 가능성도 있다. 토큰은 코드로 분배되지만, 초기 물량은 투자자와 내부자에게 먼저 간다. 지주를 몰아낸 자리에 새 지주가 들어서지 말라는 법은 없다.

딕슨은 블록체인 문화를 카지노와 컴퓨터로 나눈다. 비평가들은 둘이 한 몸이라고 본다. 해킹과 사기를 기술이 아닌 ‘기관의 문제’로 돌리는 순간, 위험은 계산에서 빠진다. 데이브 카프는 레고 블록 비유도 반박한다. 가져다 붙인 코드는 기술 부채라는 빚으로 돌아온다.

역사 서술에도 구멍이 있다. 초기 인터넷은 개방형 프로토콜만으로 크지 않았다. 정부의 반독점 규제가 혁신의 공간을 열었다. 그런데 딕슨의 처방에 규제와 공공정책은 없다. VC가 투자한 스타트업만 있다.

타일러 코웬의 질문이 가장 아프다. 마스토돈은 이미 있다. 아무도 옮기지 않는다. 친구들이 있는 플랫폼을 떠나게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신중한 분석은 사라지고 신봉자(true believer)의 목소리만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떻게 구현할지의 경로는 끝내 제시되지 않는다.

#기술#경제#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