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
2020.10.03
캔 리우, 『달을 향하여』을 읽고
캔 리우, 『달을 향하여』을 읽고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만든다. 자신이 박해받았다는 호소에 미국이 듣고 싶어 할 요소를 끼워 넣는다. 그렇게 다듬은 서사가 심사를 통과시킨다. 진실과 각본이 뒤섞인다.
주인공 샐리는 그런 망명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다. 법학도 시절에는 법이 왜 존재하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했지만, 일을 시작한 뒤로는 형식과 원칙을 앞세운다. 그가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식모가 식재료를 몰래 가져가는 것을 보고 아빠에게 알렸다. 아빠는 화내지 않고 물었다. “저 사람의 딸이 배고프다면 음식을 나눠주겠니?” 샐리는 그렇다고 답했다. 아빠는 안심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원칙을 들어 가정부를 해고했다.
따뜻함이 인간을 만든다고 가르치고는, 정작 자신은 차갑게 끊어낸다. 어른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 원칙과 인간다움 사이에서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