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8

현명한 투자자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가치투자의 아버지이자, 워렌 버핏의 스승으로 알려진 벤저민 그레이엄. 안전마진 등 유명한 개념들이 이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의 대부분의 자산은 '주식'이다. 돈을 번 지 10년이 넘었고, 그 금액이 아주 적지는 않다. 주식을 한 지는 5년이 넘었으니,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실패를 경험했다. 대부분은 돈이 급하게 필요하게 되어, 가지고 있던 주식을 청산하면서 손해를 보거나 떨어질 종목을 별다른 생각 없이 구매한 것이다. 지금은 너무 적은 종목에, 많은 비중이 쏠려 있는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여러 실패와 고민이 생겨 자연스럽게 책을 찾았다. 서문부터 저자는 지식보다는 투자의 기질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기질은 적절한 인식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원칙을 세우고, 지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큰 변동성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로 넘어간다. 이 책에서는 채권과 주식의 비중을 1:3에서 3:1까지 적절하게 운영하라고 한다. 즉 적어도 25%는 채권(비교적 안전한) 비중을 가져가라는 것이다. 나의 예금을 채권으로 편입한다고 하더라도, 채권 비중은 5%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부분들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데 책은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은 꽤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단일 산업에 지나치게 투자하면 안 되며, 분산 투자는 10~30개 정도의 기업에 투자하라고 한다. 이렇게 10개, 30개 등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10년 EPS 성장률을 가지고 기업을 평가하는 예시도 매우 실용적이었다. 기업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현재 이익×8.5 + 2×연간 예상 성장률"로 보고, 사례로 특정 기업의 PER 40 등이 적절한지 등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안전마진을 구하는 법, 왜 여러 기업을 담아서 돈 벌 확률을 늘려가는지 논리적으로 풀어낸다.

내가 해온 방식과 직관에 정확히 반대되는 내용도 여럿 확인 가능했다. 나는 예전부터 '대박' 주식을 노리려는 기질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우량주가 아닌, 남들이 모르는 소형주에 관심이 있었다.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소형주는,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수급상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되도록 우량한 기업을 찾으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피상적으로 느껴왔던 것들도, 고전을 읽으니 선명하게 다가왔다. 가령 주식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지만 감흥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싼지 비싼지 판단하는 능력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지, 그것이 '언제' 올지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아마도 이 책을 5년 전에 읽었다면 따분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투자가 지금 나의 삶의 중요한 주제가 되니 다르게 읽었다. 조금은 경험과 익숙함이 생겨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늘어났다. 1년에 한 번쯤은 이 책을 읽고, 투자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시 교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시장을 상회하는 대박 수익을 바라지만, 그만큼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일부는 아직도 여전히 내 '생각'들과 충돌이 나는 지점도 있다. 다만 좀 더 경험과 시간이 쌓일수록 귀가 열려가면서 이 책이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