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된 베타 서비스를 정식으로 오픈할 때의 이야기다. 당시 나는 결제, 프로모션 부분을 개발하였다. 정책은 복잡했다. 만드는 사람조차도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피드백을 주기 위해 나는 PM을 설득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러나 많은 부분 설득하지 못했다. "그래! 결정된 것은 어쩔 수 없고 이제 나의 개발 실력을 증명하겠어!"라는 식으로 마음을 먹고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했다.
스스로 용감한 바보임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하는데, 16가지의 유저 상태가 있고, 유저의 상태가 변경될 때마다 쿠폰을 발급하거나 회수해야 했다. 이에 따라 UX 흐름이나 안내 문구도 변해야 했다. 아직도 며칠간 큰 화이트보드에 모든 경우들을 써가며 고민했던 날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러다 정말 안 되겠다 싶었다. 옆 시니어 개발자에게 이 상황을 설명했다. 그때 그 시니어 개발자는 금방 문제를 단순화했다. 일부 정책 사항을 고치면서 지원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유저 입장에서도 수긍할만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설득하고 의사결정을 이끌어 냈다. 장황하게 이야기하면서 설득까지 하지 못한 내 모습이 초라했다.
나와 시니어 개발자의 압도적인 역량 차이를 느꼈다. 그 시니어에게는 본질을 파악하여 문제를 단순화하는 힘이 있었다. 요즘 생각해보면 그때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많은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피카소는 소의 본질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여러번 관찰하고 고민하고 그려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