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의 기만

2019.06.15
박완서, 『세모』을 읽고

남편 사업 번창으로 가난에서 벗어났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지 않아도 미안하지 않다. 이제 막내아들은 사립학교에 보낸다. 촌지를 줄 수 없어 학교에 가지 못했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촌지를 건네러 학교에 간다. 밍크 입은 어머니들의 벽이 선생님을 둘러싸고 있다. 그 성벽은 인사조차 건네지 못할 만큼 굳건하다. 운동장에 나와 돈봉투를 만지작거린다. 초라하다.

서점에 들러 아들에게 줄 위인전을 고른다. 역경을 이기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스승과 제자 사이에 추한 허위의 성벽이 가로막던 때의 이야기는 없다. 아들을 기만할 수는 없다. 그녀는 목을 울려 가래침을 뱉으려 했지만 목만 따가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