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입시에 탈락 이후 여유로운 공부를 해보고 싶었었다. 그래서 독서토론 학원을 다녔다. 철학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통찰력을 얻는 느낌이었다. 이후에도 나는 가끔 철학책을 읽었다. 고등학교에서는 소피의 세계라는 철학 소설을 읽었다. 대학교에서는 철학 수업들을 들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한 뒤에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던 중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을 우연히 구매했다. 이 책은 다양한 철학 사상들을 짧게 소개하고 있었다. 출퇴근 길에 읽기 좋았다. 다양한 주제를 짧게 빠른 호흡으로 읽을 수 있어 흥미를 잃지 않았다.
고민 끝에 명쾌하고 간단하게 정리되는 순간에 기쁨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르망티상(ressentiment) 개념을 살펴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들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르망티상이란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으로 한마디로 시기심이라고 정의한다. 이숍 우화 여우와 신포도에서 먹고 싶은 포도를 발견했지만 손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 여우가 "이 포도는 매우 신 게 분명해 누가 먹겠어!"것과 비슷하다. 나도 때때로 불필요하게 무언가 깎아내리려곤 한다. 예를들어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임에도, 그것을 이상하게 부정하기도 한다. 그저 내가 욕망하는 만큼 돈을 얻지 못하니, 내가 선택하지 않고 외면하면서 채면을 살리는 것이다.
나심 탈레브의 '안티소비에트-하버드 환상' 도 인상적으로 읽었다. 인과관계를 명확히 한 탑 다운 사고법이 오히려 지적 오만일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이성적 사고 대신 어림짐작하거나 즉흥적으로 행동해볼 것을 권한다. 짐짓 이성적으로 최적화된 길을 쫒는 게 오히려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비슷하게는 이분법적인 틀을 부수자는 내용인 '탈 구축'개념도 소개한다. 한 번쯤은 너무나 구조화된 사고에 집착하지 않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철학은 정말 삶의 무기가 된다. 나에게는 무슨 일에 있어서 의미부여가 중요하다. 의미 부여하지 않겠다는 식의 의미부여도 해야만 한다. 의미부여와 생각은 행동을 다잡아준다. 생각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그래서 다양한 생각을 살피면 좋다. 이 책을 통해 역사적으로 인정받은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