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가톳, 의도적인 멈춤의 기술

2026.01.01
제주 에가톳(Egattoc)에서의 휴식과 몰입 기록

침묵과 몰입의 공간, 에가톳에서

제주 동쪽 숲 깊은 곳에 에가톳이 있다. 삼나무들이 빽빽하게 캐빈을 둘러싸고 있다. 바람이 불면 나무들이 몸 부딪히는 소리만 들린다. 도시의 소음은 여기에 없다.

아침에는 요가 매트를 폈다. 무릎만 꿇어도 두 다리의 불균형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몸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릴 때마다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정오에는 야외 온수 욕조에 몸을 담갔다. 얼굴에는 찬 바람이, 몸에는 뜨거운 물이 닿았다.

제주의 맛은 구체적이었다. 손톱 끝이 노랗게 물들도록 귤을 까먹었다. 저녁에는 고등어회와 방어를 한 점씩 씹었다. 비릿하고 고소한 기름기가 혀를 감쌌다. 두툼한 제주 돼지 고기를 구워 입에 넣었다. 육즙이 터질 때마다 몸의 감각이 깨어났다. 피곤하면 눕고, 눈이 떠지면 일어났다.

몸의 신호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일은 낯설다. 우리는 늘 속도에 쫓겨 자기 자신을 잊고 산다. 하지만 몸에 에너지가 도니 불안은 활력 앞에서 힘을 잃었다. "뭐든 괜찮을 것"이라는 단단한 낙관이 생겼다.

에가톳에서의 며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한 정교한 베이스캠프 가동이었다. 몸이 회복되어야 정신도 나아간다. 내일은 다시 숲을 나설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