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전화

2025.04.06
한병철, 『서사의 위기』을 읽고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경험과 생각은 유한하다. 우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반복하지만, 그래도 즐겁다. 듣기 품앗이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의식 같다.

소셜 미디어가 세상을 휩쓸 때 나도 휩쓸렸다. 중고등학교 시절 싸이월드를 온종일 하고 나면 현자타임이 왔다. 온라인에서는 친밀하게 염탐했지만 실제로 만나면 어색했다. 인스타그램도 다르지 않다. 정보는 넘치지만 서사가 없다. 어머니들이 밤마다 전화기를 붙잡고 수다를 떨던 그 느낌이 없다.

작년에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그러자 지인들의 소식이 뚝 끊겼다. 안부가 인스타그램에 의해 공유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견디다 못해 전화를 걸었다. 어색하지만 즐거웠다. 어릴 적 전화기를 붙잡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야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