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이름을 그대로 받은 사내 아이가 태어난다. 이름은 요한네스. 요한네스는 결혼을 하고, 일곱 아이를 낳는다. 시간이 지나 그는 노년의 삶에서 쓸쓸함을 느낀다. 일상을 나누던 아내 에르나. 서로 머리를 잘라주던 친구 페테르.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그는 홀로 방에 남겨져 고요를 맞이한다. 어떻게 해도 집은 따뜻하거나 밝아지지 않는다. 몸은 찌뿌등하게 불편하다. 바다에서의 낚시조차 잘 되지 않는다. 물건들은 너무 버거워 보이면서 무게가 없는듯 느껴진다. 요한네스에게는 앙상한 손가락과 푸르슴한 손톱이 남았다.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피우는 담배, 브라운 치즈를 얹은 빵은 그대로다. 요한네스의 삶의 시작과 끝을 담담하게 지켜보았다.
나는 막 태어난 조카와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가 있다. 결혼식, 장례식도 더러 간다. 나이가 들며 삶에 대해 생각한다. 나의 노년은 어떨지. 이제 막 30대로 접어든 나는 사랑,가족,친구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 졌다. 나의 20대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말이다. 같이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에는 40대가 꽤나 있다. 그들은 젊고 유쾌하다. 자연스레 나도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고 재밌게 테니스를 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테니스 모임에서 가끔 술을 마시면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은 평생본다."라는 말을 한다. 나 또한 이 모임이 너무나 소중하고 즐겁다. 요한네스와 페테르처럼 서로의 머리를 잘라주는 사이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은 어찌되었건 죽음과 이별을 향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