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여름

2024.05.27
김애란, 『바깥은 여름』을 읽고

나에게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쓸쓸하다. 여름이 오고 갈 때마다 과거를 되새김질한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해외여행을 가면 일상에서 벗어나 연극을 하는 기분이 든다. 다른 나를 연기하는 무대가 깔린 듯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솔직해지고, 추구하는 무언가에 대해 망설여본다.

건너편

노량진에서 만난 두 연인. 여자는 시험에 합격해 사회인이 되었고, 남자는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시험을 준비한다. 크리스마스이브, 남자는 친구 결혼식 사회를 보고 받은 돈으로 비싼 회를 사준다. 노량진에서 회를 먹는 크리스마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노찬성과 에반

자기를 따르던 강아지 에반의 안락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벌었지만, 그 돈의 유혹은 대단했다. 모아둔 돈으로 병원에 가기에는 너무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아이가 감당해야 했던 책임과 유혹에 대한 이야기.

가리는 손

아들이 폐지 줍는 노인을 괴롭히는 현장에 있었다. 블랙박스 영상 속 아이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 손 뒤에 비명이 아니라 웃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 "어떤 나쁜 사람도 누군가의 아이일 테니까."

입동

난임 끝에 아이를 갖고 경매로 집을 얻었다. 올리브색 벽지로 부엌을 꾸미며 자리를 잡아갈 무렵, 아이가 사고로 죽는다. 벽지에 튄 복분자액은 지워지지 않는다. 새로 도배하다가 아이의 낙서를 발견한다.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것을 배워가는 부부의 이야기.

풍경의 쓸모

사진으로 찍힌 행복한 순간은 금방 사라진다. 교수가 되지 못해 풍경이 된 남자와 그에게 궁핍한 풍경이 된 아버지. 만년필로 멋지게 서명할 줄 알았지만, 결국 굴러다니는 모나미 볼펜으로 이름을 적는 어른이 되었다.

갈무리

  •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 "풍경이 더 이상 풍경일 수 없을 때, 나도 그 풍경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 순간 생긴 불안이었다."
  • "빛에 관해서라면 하나 더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아버지가 모닥불 쬐듯 티브이 가까이 앉아 전자파를 쐬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