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1

생각하기

김병완, 『초서 독서법』을 읽고

"천만 권을 읽어도 내 글로 쓰지 않으면 독서는 끝난 게 아니다" 책 표지 문구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책에서 설명하는 독서법이 특별한 기술은 아니다. 내용의 핵심은 활자를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내용을 이해하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꽤나 진부한 내용이지만, "그래서 너의 디테일은 무엇이냐?" 하는 마음으로 흥미롭게 책을 핀 자리에서 바로 다 읽었다.

독서법을 크게 3단계로 설명한다. 읽기 전에는 왜 읽는지, 현재 지식 상태, 내용에 대한 예측 등을 적어본다. 읽는 중에는 핵심을 요약하고 관련 생각을 잘 적는다. 읽고 나서는 내용을 비판적으로 받아 드리고, 나의 변화나 주제를 확장하는 등의 생각을 쓴다. 종합하면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읽는 중에 책을 요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요약하느라 읽는 템포를 방해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 나중에 정리한다는 것은 정말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한 챕터를 읽고 나서는 그 챕터의 핵심 문장이라도 골라두어야 할 것이다. 늘 이것이 어렵다. 중간중간 내용을 한번 정리하고 가는 일의 어려움은 빨래를 밀리지 않도록 규치적인 생활을 하는 어려움과 비슷하다.

책에 대해 생각을 쓰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초보 독서가는 서평을 쓰라고 하면 생각이 30%가 넘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그 초보 독서가에 속한다. 그러나 몇 년간 이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쓰면서, 생각의 비율이 올라가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저자는 "책을 읽었다"의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책 내용을 요약하여 설명할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한다고 한다. 나는 책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책을 읽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