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생각

2024.12.09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고

어느덧 30대가 된 지도 여러해가 되었는데, 시간이 갈 수록 사랑에 대해 조금함이 생긴다. 한편으로는 사람에 대해 까다로워지고, 누군가를 알아갈 호기심과 에너지는 점점 줄어든다. 사랑의 끌림부터 헤어짐까지. 알랭 드 보통의 섬세한 묘사와 생각들. 날것의 솔직함은 충분히 흥미로웠고, 분석적인 사고과정은 나에게 조금 익숙했다.

어떠한 느낌으로 어느 정도로 이끌려야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갈무리

  •  “내가 말하는 것은 그것이 매우 주관적이라는 것입니다. ‘사랑’이라고 부르는 한 가지 특질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는 거죠.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다들 달라요. 열정과 사랑을 구별하는 것, 순간적으로 홀리는 것과 사랑을 구별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입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안 믿는다고 대답할 거예요. 하지만 그게 반드시 사람들의 진실한 생각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것은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자신을 방어하는 방식일 뿐이거든요. 사람들도 사랑을 믿지만, 그렇게 믿어도 되는 상황이 오기 전에는 아닌 척하죠. 가능하기만 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냉소주의를 던져버릴 거예요.
  •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쉽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이다. 내가 클로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한 모든 믿음을 잃었다는 뜻이다. 그녀와 비교하면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녀가 내 초라한 입에서 떨어지는 말 ,그것도 내 혀가 풀려야 가능하겠지만, 가운데 몇 마디에 기꺼이 대꾸를 해주는 것도 영광인데, 하물며 나와 저녁 식사를 하기로 약속하고 또 아주 우아하게 차려입고 나왔다는 것 “이 옷 괜찮아요?” 그녀는 차 안에서 묻더니 덧붙였다. “괜찮아야 돼요. 여섯 번씩이나 옷을 바꿔 입어볼 수는 없는 것 아니에요?”은 최고의 영광이 아닌가.
  • 생각만큼 섹스와 대립하는 것은 없다. 섹스는 본능적이고, 반성하지 않으며, 자연발생적이다. 이에 반해 생각은 신중하고, 말려들지 않으려 하고, 판단하려고 한다. 내가 섹스를 하는 동안에 생각을 했다는 것은 성적 교류의 근본 법칙을 어긴 것이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있었을까?
  • 정작 상대가 나를 사랑해줄 경우에 그 사람의 매력이 순식간에 빛이 바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락한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이상적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사랑을 한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어느 날 마음을 바꾸어 나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할 만하다고 인정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취향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그런 문제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내가 바라던 대로 멋진 사람일 수 있을까?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떤 면에서 나보다 낫다고 믿어야만 한다면, 상대가 나의 사랑에 보답을 할 때 잔인한 역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묻게 된다. “그/그녀가 정말로 그렇게 멋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 “어떤 남자가 9시에 전화를 걸겠다고 하고 진짜로 9시에 전화를 하면 나는 그 전화를 받지 않아. 결국 그 남자가 필사적으로 얻으려고 하는 것이 뭐겠어? 내가 좋아하는 유일한 남자는 나를 계속 기다리게 하는 남자야. 9시 30분이 되면 나는 그 남자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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