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에 대해 흔히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한다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 구조를 면밀히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고임금 노동자들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많아져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 두 사람이 서 있다. 한 사람은 패딩을 입고, 다른 사람은 반소매를 입었다. 반소매를 입은 사람이 더 추운 이유는 패딩을 입은 사람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그 반대로 생각한다. 이는 불평등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유사하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미국과 소련 간 냉전체제가 끝났다. 이로써 미국의 시대가 열렸고, 공산주의 국가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세계 노동자 수가 약 15억 명이었으나, 2000년대에는 30억 명 가까이 증가하며 큰 변화가 일어났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양극화가 시작되었으며, 세계 GDP 대비 상품 무역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은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의 성장에 영향을 받아 크게 성장했다. 소득 격차를 불평등이라 한다면, 이 시기에는 잘 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에 따라 불평등의 정도가 달라졌다.
이론적으로는 성장 과정에서 불평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모두가 균등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성장이 불평등을 수반하게 된다. 중국은 "먼저 부자가 되어라"는 선부론을 펼쳤고, 이는 "나중에 함께 부자가 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중국판 낙수효과론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평등한 소득보다는 불평등 속에서 더 많이 벌고 싶어 한다. 개인 차원의 소득 불평등에 대한 욕망이 전체 성장을 이끌기도 한다.
경제 성장과 불평등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성장과 불평등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인과관계는 아니다. 성장에 따라 불평등이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반대로 불평등을 없앤다고 해서 경제가 반드시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두 관계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움직일 뿐,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불펴등에 대해 단순히 관념적이고 이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사례와 숫자를 근거로 다룬 책이라 더욱 재밌었다. 마냥 정권과 불평등을 엮어서 생각하는 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사실에 근거한 주장들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