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의 인사
"부엔 까미노"는 스페인어의 부엔 (buen: 좋은)과 까미노 (camino: 길)라는 뜻이 합쳐진 인삿말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순례자들에게 하는 인사다. 며칠 걷다 보면 “부엔 까미노”가 입에 붙는다.
첫날. 누가 봐도 순례자인 나의 차림. 지나가는 사람이 "부엔까미노"라고 인사를 나에게 건넸다. 나는 "부.. 부엔 까미노"라고 웅얼거리면서 대답했다. 종종 1~2 시간 만에 사람을 처음 보기도 했다. "부엔까미노!" 인사가 절로 나왔다. 오후에 뜨거운 태양을 등지고 걷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이럴 때 서로 응원차 하는 인사도 꽤나 힘이 되었다. 응원 인사가 금방 익숙해졌다.
순례길 내내 나는 친구가 없었다. 여기서의 친구라고 하면, 5분 이상 대화하는 사람을 말한다. 아마도 내가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를 잘 나누지 못해서 일 것이다. 인사를 건네지 않고, 에어팟을 끼고 걷는 나다. 2000년대 힙합 노래와 발라드를 들었다.
순례길을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조차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출발했으나, 여행 전 상상만큼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않았다. 사람이 많을 때에도, 서로가 인사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나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연에는 만남이 필요하고, 만남에는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에는 가벼운 인사가 필요하다. 나는 그 가벼운 시작도 선뜻 잘 하지 못했다.
서른이 넘어서 인사성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다르게 살갑게 인사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빛나 보였다. 그런 사람들은 살아오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알아갔을까. 그리고 한국에서도 더러 몇몇의 인사성 좋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인사의 따듯함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인사를 잘 못하는 사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