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

2025.06.29
산티아고 순례길의 인사

부엔 까미노는 스페인어의 부엔 (buen: 좋은)과 까미노 (camino: 길)라는 뜻이 합쳐진 단어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순례자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인사다. 며칠 걷다 보면 “부엔 까미노”가 입에 붙는다. 첫날 누가 봐도 순례자인 나의 차림. 지나가는 사람이 "부엔까미노"라고 인사를 나에게 건넸다.  나는 "부.. 부엔 까미노"라고 웅얼거리면서 대답했다. 종종 1~2 시간 만에 사람을 처음 보기도 했다. "부엔까미노!" 인사가 절로 나왔다. 오후에 뜨거운 태양을 등지고 걷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이럴 때 서로 응원차 하는 인사도 꽤나 힘이 되었다. 이런 응원의 인사를 금방 익숙해졌다. 

순례길 내내 나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여기서의 "친구"라고 하면 5분 이상 대화하는 사람을 말한다. 아마도 내가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를 잘 나누지 못해서 일 것이다. 인사를 건네지 않고 에어팟을 끼고 걷는 나의 힙합정신 혹은 내향성이 한몫했으리라. 새삼스럽게 가벼운 인사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심지어 사람이 많을 때에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연에는 만남이 필요하고, 만남에는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에는 첫인사가 필요하다. 나는 그 인사부터 하지 않았다. 순례길을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조차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출발했으나, 여행 전 상상만큼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않았다.

서른이 넘어서 "인사성"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다르게 살갑게 인사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빛나 보였다. 그런 사람들은 살아오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알아갔을까. 그리고 한국에서도 더러 몇몇의 인사성 좋은 회사 동료 혹은 친구들이 생각났다.

"나는 인사를 잘 못하는 사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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