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9

미술관 가는 사람

요한 이데마, 『미술관 100% 활용법』을 읽고

“오늘 뭐하셨어요?”

“아, 저 오늘 미술관 다녀왔어요.”

오늘은 친구가 갑자기 이태원에서 만나자 했다. 친구의 지인 까지 모인 자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오늘 뭐하고 지내셨어요?“라는 질문이 오갔다. 나는 미술관에 다녀왔다고 말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그래서 서둘러 덧붙였다. “아, 혼자 전시를 자주 보는 문화인은 아니고… 오늘 마침 충동적으로.." 내 안에 ‘전시를 다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허영이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그렇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모습을 견딜 수 없었다.

작년에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갔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자연이었기 때문에, 마약 문제로 유명한 도심은 피했다. 하지만 마지막 날, 동행을 설득해 굳이 MoMA를 방문했다. 솔직히 말해, 작품을 보며 “와, 대단하다!“라는 즉각적인 감동은 없었다. 나는 그저 무의미하고 모호한 느낌을 즐기러 전시회에 간 것이고, 유명한 해외 미술관이라면 그 경험이 더욱 극대화될 것 같아서 가고 싶었던 것이다.

미술관은 언제나 나에게 그런 곳이다. 모호한 곳, 현실에서 잠시 벗어난 느낌을 주는 곳.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 모호한 느낌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모호함을 넘어 미술관을 더 깊이, 선명하게 받아드리고 싶은 갈망이 있다. 그림을 이해하거나 감동을 느끼는 경험을 더 많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관련 책을 읽어보기로 하고 이 책을 읽은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다룬 미술관도 아리송하다. 책에서 말한 ‘경비원에게 미술관과 작품에 대해 말을 걸어보라’는 조언은 나에게 비현실적으로 들렸다. 그나마 공감이 갔던 부분은 미술관이 얼마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제공해야 하는지, 화가가 작품의 제목을 ‘무제’로 둘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미술은 여전히 텍스트보다 한층 더 모호하고, 비어 있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미술관이라는 것이 무용한 공간에서의 산책하는 곳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내 삶을 살며 수십번의 미술관을 가게 될 것이다. 미술관을 조금씩 더 재미있게 즐길 수는 없을까? 그 답을 조금은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