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영혼

2025.04.01
한승태, 『어떤 동사의 멸종』을 읽고

“행복하기 위해선 콜센터에서 일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객의 전화를 받고, 물건을 나르고, 음식을 만들고, 청소를 한다. 우리가 흔히 노동이라 부르는 이 모든 일에는 생생한 현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생생한 노동의 현장을, 그 안이 아닌 바깥에서 바라본다는 건 어쩐지 아이러니하다.

"뭘 해먹고 사는지 감이 안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다."

소설가 김훈의 유명한 말이다. 어떤 노동이 한 사람의 삶을 지배하는 일은 흔하다. 노동은 단지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인 부담을 넘어서, 그 사람의 자아와 영혼까지도 흉내 내게 만든다. 직업이란 본래 어떤 정체성의 연기일 수 있으니까.

작은 보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불행을 견디며 몸과 마음을 갈아 넣는 일이다. 인간을 깎아내던 이 기능들이 언젠가 기계로 대체된다면 노동은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