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는 사치인가
세스 고딘, 『부족 리더십』을 읽고
역사를 바꾸는 위업은 숭고한 대의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부족문화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부족 문화와 리더십을 추상적인 신념이나 태도, 욕구, 아이디어가 아닌,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관계를 통해 설명한다.
그동안 나는 문화를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실무자들이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면 늘 불만이 따라붙는다. 문화나 리더십을 주제로 깊이 생각을 나누는 것도 쉽지 않다. 나는 리더십을 리더 개인의 역량으로, 문화는 구성원들이 유기적으로 쌓아가는 어떤 ‘결과물’로 여겨왔다. 심지어 기업 문화는 성공한 기업들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문화와 리더십에 대해 구체적인 사고의 틀을 제공해주었다.
저자는 문화를 다섯 단계로 분류한다. 각 단계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언어는 다음과 같다.
- 1단계: “인생 꼬이네”
- 2단계: “내 인생 꼬이네”
- 3단계: “나는 대단해. (너는 아니지만)”
- 4단계: “우리는 대단해. (너희는 아니지만)”
- 5단계: “인생은 위대해”
개인과 집단은 특정 단계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단계 간 이동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단계별 언어를 이해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것이 리더십의 그릇이라는 주장에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책에서 다룬 3단계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미국 직장인의 49%가 이 3단계 부족 문화에 속한다고 한다. 이들은 ‘대박’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으며, 타인을 이기고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을 성공이라 여긴다. 하지만 그들이 지나치게 자의식이 강해서라기보다는,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나 역시 3단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저자는 3단계에서 4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핵심 가치의 설정’을 꼽는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를 때마다 “이 선택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가?”라는 질문이 결정을 돕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런 질문을 통해 내린 결정에 사람들은 만족했고, 그 경험이 다시 공동체의 신뢰를 쌓는 데 기여했다. 물론 단 하나의 가치가 모든 의사결정을 해결해줄 순 없다. 중요한 것은 가치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종종 기업의 핵심 가치가 직원들에게 공유되지 않은 채 홈페이지 구석에 박혀 있거나, 그저 멋진 인테리어 소품처럼 장식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식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가치는 삶과 일의 기준으로 살아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