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6

고생스러운

이기문, 『크레프톤 웨이』를 읽고

고생스럽다. 성과를 내려면 필요한 만큼 고생이 뒤따른다. 대부분 보여진 성과 뒤에는 더 큰 고생이 있을 것이다. 배틀그라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책임자 김창한과 회사의 날선 대화들, 중단된 프로젝트들, 임직원의 퇴사 등이 담겨있다. 고생 속에서 결국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들을 읽을 수 있었다.

갈무리

조직 내에서 고독을 느끼지 못한다면,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렇다. 의사결정은 라스트맨이 짊어져야 할 숙명이며, 그 과정은 고독하다.

의사결정 늘 어렵다. 고독하고 힘든 의사결정이 나를 성장시킨다.

의지는 바꿀 수 있지만 역량은 바꿀 수 없다.

반대의 사고도 언제나 유효하다. 다만 수년간 역량보다는 의지를 우선시하는 생각을 해왔다. 때에 따라 그 두개는 늘 변할 수 있는 법

장병규의 메시지 #4

소통에 대하여

경영을 하는 것, 경영자로 살아가는 것은 여러모로 힘들다. 목표한 성과를 내야 하며, 사회규범을 철저히 지켜야 하며,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인내해야 한다.

인간적으로 가장 힘든 것은 이기적인 구성원들과의 끊임없는대화다. 특히 이기심을 자기합리화한 구성원들과의 대화는 감정적으로도 지친다. 경영자도 인간이기에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진짜 문제는 개개인의 이기심이 조직의 '공공의 선' 또는 '남의 이기심까지 해치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기심의 폐해는 횡령과 같은탈법보다 광범위하다. 조직의 전체 그림과 작동 원리에는 관심 없이, 본인의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의도치 않은 이기심'은너무 자연스럽다.

사람은 합리적이기보다는 자기합리화 혹은 합리화하는 척에능한 듯하다. 다수의 구성원뿐 아니라 경영자 또한 그렇다. 소소한 자기합리화는 어쩌면 힘든 일상을 견디게 만드는 좋은 자질일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기적이고 심지어 게으르고 스스로를 자기합리화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경영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법이든 규정이든 절차든, 명료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기적이든 자기합리화에 능하든, 누구나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는 절차와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일종의 법치주의 같은 것이다. 하지만 멋지고 유기적인 조직, 자율과 책임이 숨 쉬는 능동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절차와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은 만능열쇠가 아니다. 최후의 보루 정도랄까.

오랜 세월 경영을 해보니 결국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던 것 같다.

조직의 '공공의 선을 끊임없이 주창해야 하며, 한 번 이야기로 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주로 반복해야 한다. 너무나 이기적인 소수의 구성원은 일단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에, 들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공공의 선'을 고민하고, 다른 구성원 혹은 경영자와 함께 팀으로 일하기 위해서 어디서 이기심을 발휘해야 하고, 어디서 이타심을 발휘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경영자의 소통이란 결국 이기심과의 싸움이다. 이기심과의 끊임없는 너무나도 지루한 싸움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절대 없어지지 않으며,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심지어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일수록 이기심이 가득할 것이다. 무언가 이룰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들어오는 새로운 구성원들의 증가가 빠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이기심이 성장의 자양분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경영자가 소통에 실패하거나 게을러지면 너와 나를 가르는 행위가 조금씩 시작된다. 편을 가르는 사내 정치가 시작되며, 사일로 현상이 본격화된다. 권위주의가 아니라면 조직 경영이 힘들다는 인식이 싹트며, 역할과 책임보다 보상과 권한을 우선 생각하게 된다. 비흡연자가 담배 타임에 꼭 끼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소통 과정에서 경영자는 인간적 상처도 많이 받을 것이다. 나의 이기심은 자연스럽지만 타인의 이기심이 나에게는 자연스럽지 않다. 어쩌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점점 식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버려서는 안 된다. 경영은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사실상 멋진 경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기심을 자기합리화, 늘 어려운 문제지만 정도에서 날서게 판단하는게 더욱 중요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려면 마음의 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

“확신을 위해서 학습의 과정이 필요하다.”

확신도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작은 도전과 학습이 필요한것. 물론 학습하는 것과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이 또한 늘 상황에 맞게.

김강석은 곧이어 신입 공채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함께 항해를 시작하며'란 제목으로 준비한 오리엔테이션이었다. 김강석은 "인재로 살아가기 위해선 지식 근로자의 기본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부속품이 아닌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성장이 필수다. 그러려면 시간 관리를 하며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인재는 현장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 효율적으로 일한다. 다른 구성원과 대화와 협업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결과적으로 조직의 성과와 목표에 공헌한다.

김강석은 "무엇보다 회사가 동아리여선 곤란하다"고 당부했다. 팀을 이뤄 협업하고 목표에 도전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선 역량보다 태도가 오히려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출발도 완성도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No Silver Bullet(왕도는 없다). 무릇 인재라면 스스로 고민하며 책을 읽고, 옆 동료와 대화하면서 자신을 제련해야 한다.

성장이 필수다. 자신을 제련하는 것

리더의 조건

김창한은 이어 '창조적인 일을 위한 리더십과 팀 매니지먼트 Leadership and Team Management for Creative Work'라는 부제목을 달고, 그가 생각하는 올바른 리더십에 대해 썼다.

리더는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많은 리더가 착각한다. 옳은 결정을 내리는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이다. 결정은 시작일 뿐이다. 리더는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일하게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나쁜 방법은 지시를 하는 것이다. 특히 창조적인 작업에서 지시를 통해 일하게 만들면 결과가 좋을 수 없다. 가장 좋은 건 사람들이 스스로 좋아서, 열정을 바쳐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리더가 스스로 판단하기에 좋은 생각과 결정을 했더라도 그건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 일이 실제로 수행돼 결과를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최고보다는 최선을 통해 일을 진행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음 단계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좋다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살고 있으며 세상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렇기에 100퍼센트 확신하는 결정이란 있을 수 없다.

끊임없이 현실에 적합하게 행동을 수정해나가야 한다. 계획을 세우되, 빠르게 그 계획을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인 비즈니스 행위를 하고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아티스트는 결과물이 스스로 맘에 들 때까지, 혹은 최고가 될 때까지 자기 시간과 생명을 다 쏟아부을 수 있다. 죽을 때까지 작품 한 점만 만들 수도 있다. 상업적인 프로젝트는그런 운영이 불가능하다. 예산과 개발 기한이 있고, 함께 참여하는사람들의 인생을 책임져야 할 때도 있다. 창의적인 제품은 돈을 쓴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뚝딱 낼 수 없는 물건이다.

"최고를 지향하되 최선을 선택한다." 이것이 PD인 내가 하고 있는일이다. 그 반대 쌍엔 이런 태도가 있다. "최고가 아니면 버린다." 이런 방식이 맞는 프로젝트도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이번 BRO 프로젝트는 이 방식으론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최선을 선택하고 또 다음에 최선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다보면 처음에 예상하기 어려웠던 높은 수준으로 제품이 점차 진화할것이다. 리더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팀원에게 결과물을 버리게 하면,그 일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그들의 동기는 심각하게 훼손된다. 팀원은 그다음에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 자체를 잃어버리게된다. 그렇게 되면 그 팀은 자꾸 뒤처질 것이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 잘하는 걸 더욱 잘하도록 만드는 게 낫다모든 사람에겐 장점과 단점이 있다. 어떤 사람이 하는 일에는 좋은 말과 글은 화자의 의도보다 청자가 받아들이는 데에서 크게 좌우되므로, 권한이 있는 사람일수록 '내용' 자체보다 어떻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질 것인지를 더 오래 고민해야 한다

말은 내용으로 그 의미가 결정되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의해 그 의미가 결정된다. 권위를 가진 리더들은 말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들이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의미가 잘 전달되는 방법'을 찾는 데 써야 한다. 듣는 사람이 제각각이라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선 각자에 맞는 맞춤형 방법도 필요하다.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리더에게는 자기객관화 또는 자아성찰이 중요하다

스스로 선언하거나, 타이틀을 가졌다고 저절로 리더가 되는 게 아니다. 추종자들이 리더를 결정한다. 추종자가 있어야 리더가 있고, 추종자들 능력의 총합이 결국 리더의 능력이다. 리더가 신뢰를 쌓아 추종자를 규합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자기객관화 혹은 자아성찰이다.

자기객관화는 자기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바라보는 행위다. 리더가 스스로를 A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B라고 생각한다면, 둘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이 거리만큼 신뢰를 쌓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리더 스스로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는데, 아티스트 아무도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림에 관한 리더의 피드백을 아티스트는 겉으로 듣는 척하면서 속으론 결코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리더 자신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 입장에서 피드백을 할 것이다. 그것은 그 나름의 의미로 아티스트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

아시아에서는 전형적인 리더의 3가지 유형이 있다. 용장, 지장, 덕장이다.

용장은 스스로가 최고 수준의 능력을 가진 장수다. 게임 개발로 치자면 스스로가 최고 수준의 구현자이면서 디렉터인 경우다. 디렉팅을 하면서 동시에 여전히 중요하고 어려운 프로그램을 한다든지, 게임의 핵심 아트를 직접 그려내는 AD 같은 경우다. 용장은 직접 자기 손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리더십을 얻기 유리하다. 지장은 굉장히 똑똑한한 장군이다. 모든 사람이 하는 일과 말, 내용을 다 이해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똑똑하기 때문에 따르는 사람들이 생긴다. 전략적 판단과 그로 인한 성공적인 결과를 보고 사람들이 신뢰한다. 덕장은 인품이 좋은 사람이다. 사람이 좋고 덕이 높아 주위에 사람들이 모인다. 덕장은 실무 능력이 부족하지만, 실력 있는 사람을 거느린다. 적절한 사람을 선택해 업무를 전적으로 위임하며 결과를 낸다.

언제나 의사결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어느 시기에는 감정적으로 반감이 들기도 한다. 뭔가 멋진 생각이지만 알맹이 없는것 같다는 추상적인 감정이었는데, 위에 리더십에 “옳은 결정을 넘어 옳은 일을 하게 하는 것” 이라고 정리하니 명쾌해졌다. 옳은 의사결정이 전부가 아니다. 옳은 일을 하게하고 다시 성과를 거두어 리더쉽을 키워나가는 것. 일종의 집단 에너지인데 결국 팀이 옳은 일을 하게하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