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면 되지

2025.08.17
산티아고 순례길 끝나고 포르투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포르투에서 며칠 쉬었다. 도시는 대부분 걸어서 다녔다. 트램 같은 지상철로 2~3정거장 거리는 무조건 걸었다. 만약 그냥 여행으로 이 도시를 왔다면 대중교통을 훨씬 자주 이용했을 것이다.

걷다 보니 도시가 새롭게 다가왔다. 대중교통을 잘못 탈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혹여나 걷다 길을 잘못 들어도 작은 모험이 된다. 길은 결국 이어져 있다는 마음으로 걷는다. 예상치 못한 장소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무엇보다 어디든 걸어갈 수 있다는 여유가 있었다.

산티아고의 고행 덕분에 마음이 단단해진 듯하다. “걸어가면 되지”라는 태도가 여행 방식을 바꾸었고, 도시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 숙소에서 낮잠을 자다 도루강의 일몰을 놓칠 뻔했다. 서둘러 전철을 탔다. 걸어서 30분이던 거리를 전철로 5분 만에 도착했다. 그 순간 여행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지친 몸을 빠르게 나르기 위해 전철에 몸을 싣는, 익숙한 효율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걸어가면 되지”라는 담담한 마음이, 서울에서도 종종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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