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or nothing

2025.07.13
산티아고 순례길의 끝에서

All or Nothing – 전부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한국인들은 순례길에서 버스나 택시 이용을 극도로 꺼린다. 이해가 된다. 한국인은 무언가에 대해 극단적인 경향이 있다. 올림픽 은메달, 동메달에도 아쉬움을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 꽤나 있으니.

나의 도착은 아쉬웠다. 길의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기보다, 걷지 못하고 버스나 택시를 탄 날들이 먼저 떠올랐다. “그때 더 걸었다면, 더 의미 있었을까?” 애초에 계획한 이동이었음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2주 휴가 안에 전 구간을 걷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일부 구간은 버스나 택시로 건너뛰기로 미리 정했었다.

조바심과 불행은 이런 기계적인 비교에서 온다. 누군가는 프랑스 생장에서부터 800km를 걸어와 축제처럼 도착을 맞는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쓰였다. 자극적으로 남과 비교하고, 사소한 것도 애정 어린 눈으로 보지 못하니, 전부 아니면 무의미하다고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비교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오고 싶다, 산티아고에. 이번엔 800km를 걸어 도착하는 그 코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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