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여름 충동적으로 유럽으로 떠났다. 준비 없이 그냥 갔다. 이유 없는 여행을 가는 쿨한 느낌을 추구했다. 하지만 그것은 척그러는 척 하는 거였다. 여행 중에도 여행의 이유를 찾고 싶었다. 나는 이유 없는 큰 지출은 못견뎠다.
어떤 사람들은 파리에 가서 환상과 현실의 괴리로 현기증을 겪는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도 아름다운 에펠탑을 보고도 큰 감흥이 없었다. 뭔가 멋져야할 것 같은데 별로라서 당황스러웠다. 암스테르담, 베를린, 파리 모두 대부분 그랬다.
귀국 길이 조금 허무했다. 여행의 이유를 찾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읽었다. 김영하는 "여행은 낯선 곳에서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어버리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 여행의 이유들도 화려함보다는 낯선 고통의 경험에 가까웠다.
어떤 인간은 스스로에게 고통을 부과한 뒤 그 고통이 자신을 파괴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 한다. 그때 경험하는 안도감이 너무나도 달콤하기 때문인데, 그 달콤한을 얻으려면 고통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