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다닌 직장에서는 유명 컨설팅펌 출신 분들이 많았다. 다들 프로페셔녈해 보였다. 현상이 아닌 원인을 찾는, 깊이있는 사고를 하는 것 같았다. 회사 한켠에 있던 책이어서 당시 아주 재밌게 읽었다. 원인과 결과, 구조화 등 직장인이 겪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그냥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나에게 조금의 도움이 된 책.
갈무리
- 이 책에 놓일 이야기들은 결코 진리가 아닙니다. 그저 제가 현장에서 일하고 경험하고 느끼고 공부하면서 정리한 생각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적는 이 책 역시 하나의 의견으로 읽히기 바랍니다.
- " (...중략) '유명한 전문가의 이야기라고, 세계적인 권위자의 이야기라고 무조건 따르지는 말게. 그들 역시 틀릴 수 있어. 자네나 나처럼.' 그러면서 팀장님은 '권위에 대한 생각 없는 존경심이 진실의 가장 큰 적'이라는 아이슈타인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하시더라구요."
- 한마디로 고정관념은 피해야 할 지뢰가 아니고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의 보물섬이라는 이야기다. 하긴 '영어에 존댓말이 없는 까닭'만 살피려 한다면 새로운 발상에 접근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지만, 그것이 당연하다는 믿음 자체를 의심하고 해체하고 분해하자 '영어는 사실은 존댓말밖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새로운 상상을 한다.
- "타스케 팀장은 사고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야. 우리가 보는 각도에 따라 컵이 원이 될 수도 있고 사다리꼴 모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어떤 정보를 다루면서 생각을 할 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잊어버린다는 거지. 그때 타스케 팀장이 이런 말도 했어. '우리 눈앞에 펼쳐진 모든 사물과 사건, 그리고 모든 현상들중에 단면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입체적이죠. 입체적인 것은 입체적으로 볼 때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회의도 마찬가지에요. 우리는 지금 현상의 한 단면만 다루고 있어요. 우리 눈에 사다리꼴로 보인다고 원처럼 생긴 부분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 하지만 새로운 정보를 기존 정보로 섣불리 정의하고 단정짓는 습관이 새로운 정보가 가지고 있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신속하게 정의하고 단정지으려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단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누락하는 부분도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피사체가 보이자마자 사진을 찍어 폴더 속에 집어넣고는 좀처럼 꺼낼 일이 없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단면으로 저장된 정보는 나중에 꺼내져 쓰일 일이 있을 때도 단면으로 쓰인다는 점에 유의하세요. 통찰력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각도의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정보 다룰 땐 되도록 찬찬히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보이는정보 이면에 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찾아가는 동안 생각의 각도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 해결 방안에 대한 통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입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잘못 규정하고서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으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으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업무가 처리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치고는 '문제'를 정확히 알아내는 게 그다지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문제'가 너무 뚜렷해 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잦은 경우는 '부정적인 상황' 자체를 문제로 오인하는 경우입니다. 아마도 부정적인 양상이 뚜렷할수록 그 자체로 해결해야 할 대상처럼 인식되기 쉬운 까닭일 것입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부정적인 상황은 해결의 대상이 될수 없습니다. 그것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해결되면서 그 결과 자연스럽게 해소되거나 개선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문제와 부정적인 상황 사이에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규명해내는 일이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닙니다. 부정적인 상황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그만큼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타스케적 사고방식의 근본 원리는 단순하다. '더 깊은 생각을 막는 모든 것과의 싸움'이 바로 동찰력으로 가는 길이다.
- "우정이라는 게 산길과 같아서 자주 오가지 않으면 수풀이 우거져 길 자체가 없어진다던데, 그동안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수풀이 우거지고 있는 길을 돌아보지 못했군요. (...)"
- '물론 조사로는 사람들의 욕구를 절대로 찾아낼 수 없다고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경우는 조사를 통해 문제 해결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찾기도 합니다. 조사는 가능성을 다뤄야 합니다. 고정된 사실이 아닌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에서만 그 가치를 빛낼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맹신하는 차원이 되면 조사 역시 '단면화'됩니다. 그렇게 단면화하기엔 인간은 너무나 복잡미묘한 존재입니다.
- '김 대리, 사람을 분석하려 하지 말게. 사람은 분석할 수도 없고 분석할 의미도 없지. 사람을 분석하는 외계인 아니면 나 같은 늑대나 할 짓이야. 사람인 자네에게 사람은 분석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네. 자네에게 사람은 이해의 대상이어야 해. 분석이란 그 자체로 자신의 대상과 다름을 전제할 수밖에 없어. 반대로 이해는 서로의 일치를 전제하게 되지. 사람의 마음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분석 따위로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냐. 오직 이해를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거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