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5

과학으로서 진화심리학

전중환, 『오래된 연장통』을 읽고

칼 포퍼는 과학의 정의로 반증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어떤 이론이 과학적이려면 반증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모든 물체는 열을 받으면 팽창한다"는 진술은 반증 가능하지만, "모험적인 투기는 행운을 낳는다"는 진술은 반증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포퍼는 아들러의 심리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비과학으로 간주했다. 그렇다면 포퍼는 진화심리학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그는 진화심리학을 과학으로 인정했을 것이며, 이를 '심리학'의 한 분야로 보았을 것이다.

포퍼가 말하는 합리주의는 이성이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뜨겁게 진리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의심을 품는 태도가 매력적이다. 우리는 거의 항상 모순적인 태도를 함께 가져야 한다.

진화심리학을 인간의 마음을 다양한 도구가 담긴 오래된 연장통에 비유한다. 이 도구들은 삶의 의미나 신의 존재와 같은 심오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도구는 비바람을 피하고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는 등 생존을 위해 선택된 것들이다. 진화심리학은 심리학에 비해 경험적 주장보다는 반증 가능한 객관적 판단에 기반하고 있다.

저자는 동성애와 종교까지 철저히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동성애가 전염병일 가능성까지 포함해, 그 어떤 가설이라도 편견 없이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다소 폭력적이나 강렬하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일관되게 모든 가치 판단을 다루는 그의 태도에서 학자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카리스마는 그의 책 곳곳에 담긴, 오류를 인정할 수 있는 성찰적 겸손함 속에서 더욱 빛난다.